건축폐기물리사이클

재사용 자재, 규제의 벽을 넘다 – 건축 자재 재사용 프로젝트의 법적·행정 이슈 사례 분석

ej9999 2025. 7. 16. 09:22

자재 재사용이 현실화되려면 ‘규제’를 넘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건축, 탄소중립, 순환경제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면서
건축 자재 재사용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비용 절감, 자원 절약 등 다양한 장점이 강조되며
실제로 순환자재를 활용한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신축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법적·행정적 장벽입니다.
특히 국내 건축법, 폐기물관리법, 건자재 인증 기준, 인허가 절차 등은
‘신규 자재 사용’을 기본 전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폐자재나 중고 자재의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 자재 재사용 프로젝트의 법적·행정

 

자재 재사용이 아무리 환경적으로 가치 있더라도
법적으로 “안전성 검증이 불분명”하거나
행정적으로 “허가 절차가 애매한 영역”으로 분류되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는 특히 공공 발주나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더욱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실제 자재 재사용 프로젝트를 추진한
스타트업 ‘에코빌드랩(Ecobuild Lab)’의 사례를 바탕으로
법적 해석, 행정 대응, 인증 절차 등의 이슈가 어떻게 발생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재사용 자재, 규제의 벽 에코빌드랩의 순환자재 커뮤니티센터 프로젝트에서의 행정 충돌

2024년 서울 강북구의 한 주민 커뮤니티센터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스타트업 ‘에코빌드랩’은 기존 건물의 철거 자재 중
목재 루버, 철제 프레임, 조명 기구, 일부 유리창 등을 재사용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자재 회수부터 리폼, 설치까지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준비를 마쳤지만,
행정 인허가 단계에서 여러 규제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가장 먼저 발생한 이슈는 ‘건축법상 주요 구조부 자재 변경 승인’ 문제였습니다.
기존 철제 프레임을 재사용하여 벽체 일부를 구성하려 하였지만,
현행 건축법상 주요 구조부의 변경에는 KC인증 또는 동등 수준의 성능 검증 자료가 필요하다는 규정이 적용되었고,
폐자재에는 해당 인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이 제한되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건축 자재의 안전성 인증’ 미비입니다.
특히 재사용 조명의 경우, LED 부품 일부가 교체되었지만
전자파 적합성, 안전전기 인증 등 기기 안전 관련 기준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기존 부품이 있으므로 인증이 면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담당 행정 부서는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조명 설비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세 번째는 ‘폐기물 재활용 자재의 활용 가능 여부’와 관련된 환경부 해석이었습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재활용 자재는 ‘순환골재’나 ‘재활용 제품’으로 등록돼야 하나,
해체 자재를 별도 가공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관리 사각지대에 해당되어 공식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회색지대”가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에코빌드랩은

-철제 프레임은 외부 구조물이 아닌 실내 조형물로 용도 변경

-조명은 교체 부품 없이 원형 그대로 사용

-목재 루버는 ‘비구조용 실내 마감재’로만 사용하여
기존 법률을 우회하는 형태로 해결하였습니다.

 

재사용 자재, 규제의 벽 발생한 문제와 대응 방식 – 제도 미비 속에서 실무적 해결 방안을 찾다

에코빌드랩의 프로젝트 사례는
현재 자재 재사용 프로젝트가 직면하는 제도적 미비와 실무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실질적으로 대응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첫째, 구조 부재로 사용되는 자재에 대해서는
공인 시험기관의 간이 내력 시험을 거쳐
비공식 ‘성능 참고자료’를 제출함으로써 행정기관과 협의 여지를 확보했습니다.
비록 공식 인증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데이터로 위험을 설명할 수 있는 문서를 제시하여
“시범사업”으로 인정을 받아냈습니다.

둘째, 안전 인증이 없는 전기 설비의 경우에는
해당 부품 제조사의 기존 인증 번호를 근거로 활용하고,
추가적으로 공공기관 자산이 아닌 민간 커뮤니티 공간임을 근거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줄 수 있도록 요청하였습니다.
이는 행정기관 내부 규정보다 “해당 자산의 관리주체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활용한 전략이었습니다.

셋째, 환경부 고시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 자재의 경우,
서울시 산하 자원순환센터와 협력하여 ‘예외 적용 사례 보고서’를 작성,
해당 자재의 처리 방식과 향후 기준 개정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식으로
“정책 제안”과 “행정 대응”을 병행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법과 행정의 빈틈을 신뢰와 문서화, 협의 구조로 메워나간 방식이었고,
현재 같은 조건에서 자재 재사용을 고려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에게
유용한 선례이자 참고 사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재사용 자재, 규제의 벽 순환자재 건축이 제도와 만날 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에코빌드랩 사례는
국내에서 자재 재사용 건축이 본격화되기 위해
기술보다 먼저 해결돼야 하는 것이 ‘제도’ 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한국의 건축 관련 법규는

-새 자재를 기준으로 인증·검사 체계가 마련돼 있으며

-해체 자재의 상태평가, 성능 인증, 용도 변경 등에 대한 명확한 절차와 기준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건축법, 전기안전법, 폐기물관리법, 화재안전기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규정이 흩어져 있어
자재 하나를 사용하는 데도 다중 인허가와 복잡한 해석이 동반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자재 재사용이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① 구조체/비구조체 기준 분리,
② 자재별 성능 확인 매뉴얼 마련,
③ ‘자재 이력 인증제’ 도입,
④ 소규모 공간에 대한 완화적 규정 적용,
⑤ 시범사업에 대한 법적 유예 조항 등이
정책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자재 재사용은 단지 디자인이나 친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법률, 인증 구조를 재설계해야만 가능한 실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과 행정기관이 함께 유연한 협의를 통해
하나씩 선례를 쌓아가는 것이
건축 자재 순환 시대를 여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