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는 건물에도 스토리와 자산이 숨겨져 있습니다.
건축물이 철거되기 직전, 그 안에는 수많은 시간이 쌓여 있습니다.
오래된 목재 문틀, 수십 년간 사용된 창호, 특이한 타일 마감재,
당시 기술이 반영된 콘크리트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물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들은 대부분 철거와 동시에 '폐기물'로 분류되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건축 자재는 사실 그 자체로 디자인 소재, 콘텐츠 자산, 역사적 증거물,
혹은 브랜딩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이 가치를 빠르게 인식한 일부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철거 자재를 재활용하거나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물이 철거되기 직전에 건물 내부 자재와 공간 자체를 ‘마케팅 콘텐츠’로 전환하는 실험적인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철거 현장을 촬영·기록하거나,
자재를 브랜딩 키트로 제작하고, 일부는 예술·문화 콘텐츠로 전환하여
해체되는 건물조차도 ‘마지막 가치를 남기는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에이치클로징(H:CLOSING)’이라는 스타트업의 활동을 중심으로,
철거 직전 건축물을 어떻게 콘텐츠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재와 공간을 마케팅 자산으로 전환했는지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철거 직전 건축물, ‘자산’ 사례 소개 – 스타트업 ‘에이치클로징’의 해체 마케팅 플랫폼 실험
서울에서 활동 중인 스타트업 ‘에이치클로징(H:CLOSING)’은
2022년부터 철거 예정 건축물의 내부 자재를 콘텐츠화하고,
마케팅 브랜딩 도구로 활용하는 ‘해체 마케팅 플랫폼’이라는 독특한 모델을 운영해 왔습니다.
에이치클로징은 건축물이 철거되기 전,
그 내부를 사진·영상·스캔을 통해 디지털 보존하고,
그 공간에서 실제 사용되던 자재—예를 들어 낡은 조명, 서랍 손잡이, 유리창, 문틀, 타일 조각—들을
브랜드 굿즈나 전시 오브제로 재가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서울 합정동에서 철거된
옛 오피스텔 건물 내부에서 수거한 창호와 콘센트 패널을
지역 패션 브랜드 ‘HMO’의 팝업 전시에서
"사라진 공간의 잔재"라는 주제로 브랜딩 소재로 활용한 작업입니다.
이들은 해당 자재에 NFC 태그를 부착해
건물의 위치, 연도, 철거 사유, 자재 설명 등이 담긴 디지털 정보를 연결함으로써
브랜드가 ‘공간의 기억’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마케팅 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에이치클로징은 철거 예정지를 사전에 파악해
브랜드, 사진작가,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철거 직전 공간을 촬영지로 활용하거나, 스토리 기반의 홍보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이후 철거 현장의 자재와 연결되어
스토리텔링형 재활용 굿즈로 이어지는 일련의 마케팅 캠페인으로 발전됩니다.
이처럼 ‘철거 전 콘텐츠화 → 자재 수거 → 마케팅 연계’라는 일련의 구조는
에이치클로징만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으며,
2025년 현재 다수의 건축사무소, 로컬 브랜드, 부동산 개발사와 협력 중입니다.
자재의 정보화와 마케팅 자산화 – 기술과 감성의 연결
에이치클로징이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은
건축 자재를 단순한 중고 자원으로 보지 않고,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감성적 미디어’로 해석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자재의 정보화입니다.
에이치클로징은 각 자재에 QR 또는 NFC 태그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해당 자재가 어떤 건물에서 사용되었는지,
언제 철거되었는지, 어떤 공간에 위치했는지를 디지털 카드 형태로 기록합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를 가져간다’는 상징적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폐유리로 만든 인테리어 소품 하나에도
“1998년부터 2024년까지 마포구 ○○빌딩 회의실에 사용된 유리창의 일부”라는 정보가 담기면
해당 제품은 ‘기능성’과 함께 ‘이야기성’을 가지는 콘텐츠형 제품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또한, 이 스타트업은 자재의 스토리텔링뿐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공간의 역사성을 연결하는 기획 콘텐츠도 함께 제안하고 있습니다.
즉, 한 브랜드가 새롭게 공간을 여는 과정에서
과거 공간의 일부를 연결하는 ‘기억의 고리’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자재는 다시 쓰이는 자원일 뿐만 아니라,
공간의 감정, 기억, 시간성을 담은 브랜드 자산으로 재구성되며,
이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서
새로운 감성 기반 유통 시장과 브랜드 경험 시장을 동시에 열어가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산업적 의미와 확장 가능성 – 해체 공간이 열어주는 브랜딩 시장의 잠재력
철거 직전 건축물의 내부 자재를 마케팅 자산화하는 방식은
단순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넘어
건축 자원순환 산업과 브랜딩 산업이 만나는 새로운 융합 비즈니스 영역을 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도시재생, 재개발, 리모델링이 급증하는 지금,
서울과 지방 대도시 곳곳에서는 매주 수백 건의 건축 해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현장은 자재 공급처이자,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공간 자원입니다.
에이치클로징과 같은 모델은
자재의 회수와 유통
디지털 정보화
브랜드 연계 콘텐츠 기획
ESG형 소비 트렌드 반영
이라는 네 가지 시장을 동시에 연결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정책 측면에서도 건축 자재 순환과 문화 콘텐츠 융합을 인정받아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문화재단, 중기부 지원사업과도 연결된 사례가 있으며,
해체 현장을 콘텐츠화하는 작업은
도시의 정체성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도시 문화사업으로 확장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결국 철거되는 건축물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자재와 이야기가 ‘기록되고, 다시 활용되며, 브랜드 자산으로 살아남는 구조’는
새로운 시대의 순환경제적 브랜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은
건축, 디자인, 환경, 패션,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을 이끄는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비용보다 창의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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