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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로 자재 가치를 매긴다 – 탄소 배출량 기반 자재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사례 분석
    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7. 17. 15:00

    자재의 ‘가격’이 아닌 ‘탄소’로 가치를 매기는 시대가 왔습니다

    건축 산업은 전체 산업 탄소배출량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 자재의 생산, 운반, 해체 및 폐기 과정은 ‘임베디드 카본(Embedded Carbon, 잠재 탄소)’이라는 형태로 엄청난 환경적 부담을 야기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건축 업계와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자재의 가격이 아닌,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가치와 거래 기준을 설정하는 실험적 시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를 넘어
    자산의 친환경 가치, 탄소 회피 비용, ESG 회계 기준 등을 반영함으로써
    미래 건설 산업의 자산평가와 거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 중 일부는 P2P 기반 자재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각 자재가 새로 생산될 경우와 비교해 얼마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치 ‘탄소 배출권처럼’ 자재를 가치화해 거래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와 같은 혁신 모델을 실제로 운영 중인
    국내 스타트업 ‘카본스택(CarbonStack)’의 사례를 중심으로,
    탄소 단위 자재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스템이 건설업과 순환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카본스택: 탄소 절감량 기반 자재 P2P 유통 플랫폼

    ‘카본스택(CarbonStack)’은 2023년 창업한 국내 스타트업으로,
    건축 자재 재사용 및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각 자재의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래 가치를 측정하는 구조를 도입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의 자재 거래 플랫폼은
    단순히 재고, 위치, 상태, 가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본스택은 여기에

    -해당 자재가 신제품 대비 몇 kg의 CO₂를 절감하는지,

    -운송거리 기준 탄소 발생량 추정치,

    -자재 해체 또는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지수 등을 추가하여
    자재당 ‘탄소 절감 점수(Carbon Saving Score)’를 부여하고,
    이 점수를 가격과 함께 플랫폼에 표시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목재 패널 10장을 거래할 경우,
    폐건축물에서 회수된 재사용 목재는
    신품에 비해 약 180kg의 탄소를 절감한 것으로 평가되며,
    해당 절감량은 구매자에게 ‘탄소포인트 형태의 인센티브’로 환산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탄소 배출량 기반 자재 거래 플랫폼

     

    카본스택은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 고객에게 탄소회피형 구매 보고서(CSR Report)를 발행하고 있으며,
    일부 ESG 공공조달 프로젝트에서는
    이 보고서를 입찰 가점 자료로 제출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P2P 유통 측면에서도 특징적인 구조가 있습니다.
    일반 건축 시공사 또는 해체 사업자가
    자신의 자재를 등록할 때,
    플랫폼 상에서 탄소절감량에 따라 추천 소비자, 수요자, 인근 시공현장을 자동 매칭해 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통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시스템 운영 전략과 한계 – 탄소를 거래 단위로 만들기 위한 조건들

    카본스택이 탄소 절감량을 기반으로 자재를 거래한다는 발상 자체는 매우 혁신적이지만,
    이를 실제로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계산 구조와 기준 마련이 필요했습니다.

    먼저, 자재별 탄소 절감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카본스택은 국내외 LCA(전과정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축 자재 200종 이상의 표준 탄소배출계수를 수집하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제 유통 자재의 상태와 매칭하여
    자동 계산되는 ‘탄소 절감 점수 알고리즘’을 구축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거래자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탄소 점수를 기준으로 자재 가격이 차이 나느냐”는 질문이 많았지만,
    플랫폼 내에서 탄소 절감량이 높은 자재에 ESG 관련 인센티브(광고 노출, 우선 거래, 인증서 제공 등)를 제공하면서
    점차 참여 기업들의 수요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에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아직까지는 탄소 절감 수치가 법적으로 인증된 기준이 아니며,
    공공 조달이나 세금 감면 등과 직접 연계되는 제도가 미비한 상태입니다.
    또한 중소 해체업체나 소규모 공급자는
    탄소 측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시스템 입력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카본스택은

    -탄소 수치 자동산정 API 고도화,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간편 입력 시스템 개발,

    -탄소절감 이력 인증제 민간협회 연계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탄소 단위 자재 거래는 건설 산업의 미래 언어입니다

    카본스택의 사례는
    ‘탄소 절감량’이라는 비용 외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자재의 가치를 재정의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건설업계 전반의 자산 거래, 공급망 설계, 조달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더욱 강화하게 되면,
    탄소 절감 자재 사용에 대한 세액 공제, 조달 가점, ESG 평가 연동 등의 제도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큽니다.
    이 경우 카본스택과 같은 플랫폼은
    단순 자재 유통 플랫폼을 넘어 ‘탄소 가치 거래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P2P 유통 구조는 자재의 이동 거리와 보관 비용을 줄이고,
    지역 기반 순환 자재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즉, 탄소 절감이라는 지표는
    비용, 효율, 지속가능성의 교집합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탄소는 이제 더 이상 환경부서에서만 다루는 숫자가 아닙니다.
    모든 건설 자재의 거래, 조달, 유통에 직접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화폐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을 가장 먼저 현실화한 스타트업의 시도는
    앞으로의 건축 산업과 ESG 시대의 ‘언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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