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사와 협업해 순환자재 유통 플랫폼을 만든 스타트업 사례 분석

왜 지역 건설사와 손잡아야만 순환자재 유통이 현실이 되었을까요?

2025년 현재 건설 산업은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건축 자재의 순환 유통 구조’, 즉 폐자재를 수거하고,
다시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일은
건설 현장 안팎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순환자재를 유통하려면 단순한 회수와 가공만으로는 부족하며,
자재의 품질, 수급 타이밍, 물류 효율성, 수요처와의 매칭 등
전체적인 유통 시스템을 디지털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기술적 조건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 구축은 스타트업 혼자서는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자재의 실제 발생 지점’이 바로 건설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지역 내 중소 건설사들과 협업하여
건축 폐자재의 발생→분류→유통→재사용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모델은 대규모 시스템보다 빠르고 실효성 있게 순환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지역 건설사와 협업하여
순환자재 유통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분석하고,
그들이 어떻게 현장의 문제를 풀었는지,
또 어떤 기술과 파트너십 전략으로 유통 생태계를 만들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례 소개 – 대구·경북권 순환건축 플랫폼 ‘루프빌드’의 구축 과정

대구에 본사를 둔 순환건축 스타트업 ‘루프빌드(Loopbuild)’는
2023년부터 대구·경북권 중소 건설사 5곳과 함께
현장 기반 자재 순환 유통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였습니다.
루프빌드는 기존에 소규모 리모델링 철거 자재를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지역 건설사의 지속적인 요청을 바탕으로
철거 → 선별 → 보관 → 재유통까지 일원화된 프로세스를 플랫폼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루프빌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건설사의 현장 관리자들에게 모바일 전용 자재 등록 시스템을 제공한 것입니다.
즉, 철거 또는 해체 시점에 사진 한 장과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자재 등록이 되고, 이를 플랫폼 내 수요처(건축사무소, 디자이너, 소공인 등)에게 노출되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폐자재의 흐름을 현장 발생 단계에서부터 추적 가능하게 만든 점에서 큰 혁신이었습니다.

또한 루프빌드는 지역 내 소규모 창고를 활용하여
건설사와 협업해 ‘공유 자재 보관소’를 운영했습니다.
자재의 보관, 품질 관리, 출고 요청 등이 모두 플랫폼 내에서 이루어지며,
수요자가 요청하면 루프빌드 물류팀이 건설사 대신 배송까지 대행합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해당 건설사들은 기존에 처리 비용을 들이던 폐자재를
소량이지만 수익 자산화할 수 있게 되었고,
루프빌드 역시 지역 기반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함으로써
플랫폼 운영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루프빌드는
지역 건설사들과 협약을 맺고, 플랫폼 사용량과 매출 비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협업을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가능한 수익 분배 모델로 확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형 플랫폼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순환자재 기술적 요소와 협업 전략 – ‘공생’ 구조가 만드는 시너지

루프빌드 사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스타트업이 지역 건설사를 단순한 데이터 제공처로만 보지 않고,
실질적인 플랫폼 파트너로 대우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기술과 운영 구조에서의 세심한 설계였습니다.

첫째, 루프빌드는 현장 관리자들이 플랫폼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모바일 최적화된 UI, 음성 인식 자재 등록, 자동 분류 AI를 적용하여
현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복잡한 입력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2~3단계로 자재 등록을 마칠 수 있도록 단순화한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둘째, 건설사 입장에서도 폐자재는 ‘손해’였기 때문에,
그것을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준 것이 설득력 있는 협업의 포인트였습니다.
루프빌드는 건설사별 등록 건수, 판매율, 누적 절감액 등을
월간 리포트로 시각화해서 제공함으로써
경영진에게 ‘플랫폼 참여가 곧 ESG성과이자 비용 절감 수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셋째, 루프빌드는 초기 협업 시 물류비 일부를 스타트업이 부담했으며,
자재 매입 비용도 건설사와 사전 합의하여
가격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구조로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운영상의 배려는 파트너십의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 협업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루프빌드는 기술적인 편의성과 재무적 동기를 결합해
지역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구조를 성공적으로 설계했고,
이는 폐자재 유통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 확보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순환자재 플랫폼의 미래 – 전국 확산을 위한 조건과 정책적 연계

루프빌드와 같은 지역 기반 협업형 순환자재 유통 플랫폼은
앞으로 건설 산업의 탄소 감축, 자원순환,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첫째는 지역 거점 창고 또는 물류센터 확보에 대한 행정적 지원입니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유휴 부지나 공공 창고를 활용하여
플랫폼 운영 비용을 줄이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소규모 스타트업도 진입장벽 없이 지역 기반 순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폐자재의 공공 조달 연계입니다.
재사용 자재를 활용한 건축물에 대해 조달 가점, 인센티브, 녹색건축 인증 우대 등이 적용된다면
플랫폼을 통한 거래 활성화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셋째는 건설사 대상 ESG 평가 지표에 순환자재 등록 비율을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루프빌드처럼 협업 모델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참여할수록 기업 이미지와 실적이 좋아진다’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건들이 정책적으로 정비된다면,
지역 건설사-스타트업-공공기관이 연결된 삼각 구조의 순환자재 생태계는
전국 어디서든 실현 가능한 강력한 지속가능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