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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순환건축을 한국형으로 번역하다 – 국내 스타트업의 도입 사례 분석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7. 15. 09:02
해외 순환건축 개념을 ‘현실화’하는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순환건축(Circular Architecture)은
기존의 건축이 ‘짓고, 쓰고, 해체’로 끝나는 구조에서
‘해체 후 자재를 회수하고, 재사용·재설계·재조립’까지 고려하는
자원 순환형 건축 철학을 의미합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이 개념은
탄소중립, 순환경제, ESG 경영 흐름과 맞물리며
이제는 세계 건축계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네덜란드의 ‘Material Passport’ 시스템,
독일 베를린의 ‘Urban Mining’ 아파트,
벨기에 브뤼셀의 ‘RotorDC’ 자재 회수 허브 등은
자재 하나하나의 이력을 기록하고,
건물 해체 후 새로운 프로젝트에 직접 활용되도록 설계하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순환건축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순환건축이
개념적 이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현장 적용은 기술적, 제도적, 인식적 장벽으로 인해
실제 건축 프로젝트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었습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사례를 단순히 ‘참조’하는 것을 넘어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하고, 기술을 내재화하며,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에 직접 도입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이번 글에서는 벨기에의 ‘RotorDC’ 자재 회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서울 지역에 적용한 국내 스타트업 ‘아키스레이트(Archislate)’의 도입 사례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현지화했는지, 어떤 어려움과 전략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벨기에 RotorDC를 한국형 순환 자재 플랫폼으로 전환한 ‘아키스레이트’
‘아키스레이트(Archislate)’는
2022년 창업한 건축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초기에는 건설 자재 유통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하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팀 내부에서 유럽의 자원순환형 해체 건축 모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2023년부터 벨기에 브뤼셀의 유명 순환자재 허브 ‘RotorDC’의 구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RotorDC는 해체 현장에서 회수한 자재를
종류별로 분류·보관·정보화하고,
건축사와 디자이너가 필요 시 직접 찾아와
자재를 구매하거나 대여해 사용하는 리사이클링 자재 마켓입니다.
아키스레이트는 이 구조를 한국 도시에 맞게 디지털 중심 자재 정보화 + 공공창고 기반 보관소 + 예약형 수거 연계 플랫폼으로 재해석하였습니다.2024년부터 서울 구로구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철거 예정 건물 2곳에서 목재, 금속 프레임, 조명기구, 타일 등을 회수하였고,
해당 자재들을 구청과 협약한 유휴 물류 창고 공간에 보관한 뒤
B2B 전용 플랫폼에 등록하였습니다.자재를 등록할 때는
-사진 촬영
-소재·용도·사용 연한 입력
-회수 일시 및 상태 등급화
-재사용 추천 항목 제안
등의 절차를 거쳐,
디자이너·시공사·공공기관이 검색·예약·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2025년 1분기 기준,
등록 자재 수는 1,200개 이상,
거래 성공률은 48%,
회수 자재의 65%는 서울시 내에서 재사용되며
이동 거리와 폐기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유럽의 순환건축을 한국형으로 해외 시스템을 국내 현장에 맞게 바꾸는 3가지 방식
아키스레이트가 RotorDC 시스템을 국내에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던 핵심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현실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운영 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첫째, ‘직접 방문형’이었던 유럽 모델과 달리
국내 여건에는 ‘디지털 사전 정보 제공 → 실물 예약 확인 → 현장 픽업’이라는
단계별 비대면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방식은 시공사와 디자이너가 플랫폼을 통해 자재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필요 시 영상 통화나 실시간 실물 확인 서비스를 통해
자재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구조입니다.둘째, 자재를 보관·전시하는 공간은
별도 건물을 마련하지 않고,
서울시와 협력하여 유휴 공공창고와 물류시설 일부를 순환자재 보관소로 전환하였습니다.
이 방식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공공자산을 활용해 ESG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구조로 작동했습니다.셋째, 기존 자재 유통망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신규 시공용 자재’가 아닌 ‘리모델링·임시 설치·전시용 자재’로 용도를 제한하였습니다.
즉, 순환자재가 기존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산업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이러한 전략은 단순 모방이 아닌
국내의 규제, 시장 구조, 사용자 행동 패턴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의 좋은 사례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해외 순환건축은 국내에서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아키스레이트의 사례는
순환건축이라는 글로벌 개념이
국내에서도 제도, 기술, 산업 현실에 맞게 조정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특히 해외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중심의 정보 전달
-공공자산과의 연계
-기존 시장과의 충돌 회피
라는 전략적 접근을 통해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한 점은
다른 스타트업이나 공공기관에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또한 이 모델은 단순히 자재를 순환시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 창고의 활용도 개선
-디자이너와 중소 건축사의 비용 절감
-도심 내 탄소배출 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창출하며
순환자재 플랫폼이 하나의 도시 자원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습니다.앞으로는 이러한 해외 순환건축 개념의 국내 적용이
-도시재생
-교육시설 개보수
-공공디자인 사업
등에서 더욱 활성화될 수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건축 철학을 국내에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지속가능성 번역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결론적으로, 순환건축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작은 현장부터 실천하고,
현실을 이해하며 해외 모델을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시도에서 비롯됩니다.'건축폐기물리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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