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자재, 이제는 ‘교환하고 공유’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습니다
건축 현장에서는 늘 예상보다 많은 자재가 사용되고 남습니다.
벽돌, 몰딩, 타일, 유리, 철제 프레임, 목재, 조명 부속 등은
단위당 발주가 어렵거나 예비 수량으로 확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업 후 소량씩 남는 자재들이 누적되면 큰 물량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과거에는 이처럼 남은 자재를 보관할 장소도, 처리할 시스템도 마땅치 않아
대부분 폐기되거나 방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는 건축 자재를 필요한 사람들과 직접 연결해주는
온라인 기반 P2P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이 자원들이 다시 순환되고, 지역 안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단순히 중고 거래를 넘어서
-자재의 종류, 수량, 상태, 위치를 기준으로 매칭하고
-실시간 검색과 예약 기능
-자재 이동 수단 연계
-공유 기반 크레딧 교환 시스템
등을 함께 갖추며 기존의 건자재 유통 구조와는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건축 자재의 교환·공유를 가능하게 한
P2P 플랫폼 ‘빌더체인지(builderCHANGE)’의 실제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이러한 순환 구조가 어떻게 기술로 구현되었고,
지역 내 자원 공유를 통해 어떤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소개 – ‘빌더체인지’, 남는 자재를 공유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다
‘빌더체인지(builderCHANGE)’는 2023년 서울 마포구에서 시작된
건축 자재 P2P 교환 플랫폼 스타트업입니다.
이 플랫폼은 중소형 공사 현장과 리모델링 시공사, 인테리어 업체, 개인 건축주들이
자신의 현장에서 남은 자재를 등록·공유·교환·기부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웹·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빌더체인지 앱에 접속해
자신이 보유한 자재의 사진, 수량, 상태, 위치를 입력하면
근처에 해당 자재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알림을 받고
1:1로 교환 또는 무상 나눔, 소액 거래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절차 없이 간단한 UI로 자재를 등록할 수 있고,
소량이더라도 GPS 기반으로 반경 5km 이내 사용자와 바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1회성 거래가 아니라
"공사 현장 간 자재 순환 커뮤니티"라는 인식 아래
자재 나눔을 실천한 사용자에게는 크레딧 포인트를 부여하고,
이 포인트로 다른 자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부 순환경제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총 약 2,800건의 자재 거래가 이루어졌고,
이 중 61%는 무료 공유 또는 포인트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남은 목재 데크 10장, 폐기 예정이던 타일 40개, 포장만 뜯은 조명 레일, 남은 방수 페인트 등
소규모지만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자재들이 지역 내에서 재사용되며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과 탄소 저감 효과를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운영 전략 – 기술 기반의 실시간 매칭과 지역 중심 순환 설계
빌더체인지의 가장 큰 특징은
‘남는 자재가 쌓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단순한 목표를
기술적으로 세밀하게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첫째, 플랫폼은 자재의 크기, 용도, 사용 이력, 위치 정보, 유통 가능성 등 6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매칭 알고리즘을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쯤 사용한 친환경 수성페인트’는
‘리모델링 진행 중인 반경 3km 내 시공사’에게 먼저 매칭되고,
사용 여부에 따라 우선순위가 자동 조정됩니다.
둘째, 거래 후 남은 자재의 재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자재 상태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자재는 기부 전용으로만 등록되고,
1~3등급으로 등급이 나뉘어 사용자 간 신뢰를 기반으로 자재 품질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셋째, 물류 측면에서는 ‘DIY 이동’이 어려운 사용자들을 위해
지역 내 제휴 퀵서비스, 택배, 1톤 화물 공유 서비스를 연결해
수거 및 배송이 가능한 구조로 발전시켰으며,
여기에는 사회적기업 및 시니어 배송 인력과의 협업도 포함되어
사회적 가치와 물류 효율성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플랫폼을 단기적으로 사용하고 이탈하지 않도록
자재 기부 히스토리, 교환 마일리지, 거래 배지 시스템을 도입해
기여도 기반의 커뮤니티 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확장 가능성 – 건축 자재 공유는 순환경제의 현실적인 시작입니다
빌더체인지의 사례는 단순한 자재 거래 플랫폼을 넘어서
실질적인 도시 순환경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재 공유 플랫폼은 기존의 대량 공급·판매 중심의 건자재 유통 구조에서는
놓칠 수밖에 없었던 ‘소량, 비정형, 비계획 자재’를 효과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단위에서
-공사 현장 간 연결
-인테리어 시공사, 목수, 리모델링 업체의 자재 공유
-개인이 집 수리 후 남은 자재 나눔
등을 통해 소규모지만 실질적인 자원 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그 자체가 탄소배출 저감, 폐기물 절감, 지역 커뮤니티 경제 활성화로 이어집니다.
또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단순 B2C 플랫폼이 아닌
-지자체와의 제휴를 통한 공공자재 순환 지원 사업 참여
-건자재 유통업체와의 재고 교환 시스템 연동
-녹색조달 플랫폼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통해
비즈니스 확장성과 공공 정책 참여 가능성도 함께 열어둘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건축 자재 P2P 플랫폼은
자원의 흐름을 디지털화하고, 인간 중심의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기술 기반 도구입니다.
빌더체인지와 같은 사례는
이제 막 자재 공유 문화가 시작된 국내 시장에서
순환형 건축의 실천성과 커뮤니티 기반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축폐기물리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 자재 재사용으로 줄인 탄소 – 실제 절감 수치를 만든 국내 프로젝트 사례 분석 (0) | 2025.07.14 |
---|---|
해체까지 생각한 설계 – 자재 회수를 고려한 순환건축 프로젝트 사례 분석 (0) | 2025.07.14 |
함께하면 다릅니다 – 폐기물 수거 스타트업과 지역 사회적기업의 협업 사례 분석 (0) | 2025.07.13 |
지역과 함께 만든 자원 순환 – 커뮤니티 협업 기반 건축 폐기물 수거 프로젝트 사례 분석 (0) | 2025.07.12 |
폐건축자재, 지역의 공공디자인을 바꾸다 – 지역 기반 순환자재 연계 사례 분석 (0) | 2025.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