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는 지역의 손으로 완성됩니다
건축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전체 산업 폐기물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고 구조적으로도 복잡합니다.
특히 리모델링이나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자재들은
재사용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분류되거나 회수되지 못한 채 폐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일부 스타트업이나 환경 전문 기업들이
건축 폐기물을 회수하고 재유통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활동 범위가 주로 대도시나 중앙 중심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 단위에서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순환 시스템 구축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지역 커뮤니티와 스타트업이 협업하여 건축 폐기물을 수거하고,
이를 다시 지역 기반으로 순환시키는 새로운 자원 순환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단순한 수거 작업을 넘어,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
-지역 자재의 로컬 유통
-환경 교육 콘텐츠화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충청북도 제천에서 진행된 ‘지역 기반 폐기물 수거 커뮤니티 협업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스타트업과 지역 사회가 손잡고 순환자재 수거 시스템을 구현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제천의 ‘리턴빌리지’ 프로젝트, 마을이 자재를 되살리다
충북 제천시는 2024년부터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의 리모델링 및 철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건축 폐기물이 발생했고,
이를 단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재 순환 모델로 전환하고자
스타트업 ‘에코트랙(EcoTrack)’과 마을협동조합 ‘제천순환마을’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리턴빌리지(Return Village)’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으며,
목표는 철거 또는 개보수 과정에서 나온 자재를
지역 내에서 선별, 분류, 보관한 뒤
다시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 작은도서관, 마을 창고, 쉼터 등에
재사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는 총 세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 수거 단계에서는 에코트랙이 철거 업체와 협의하여
수거 가능한 자재 리스트(문틀, 조명, 타일, 나무 기둥 등)를 사전에 확보하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수거팀(순환단)을 조직하여 실제 회수 작업을 공동 수행하였습니다. - 보관 및 가공 단계에서는
제천시의 유휴 공간이었던 폐창고를 활용해 자재 순환센터를 만들고,
마을 목수, 청년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기초 보수, 절단, 도색 등 간단한 리폼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 재사용 단계에서는
다시 마을 공공공간 및 주민 요청 시설에 설치하거나
소규모 커뮤니티 프로젝트(예: 마을 안내판, 쉼터 벤치, 반상회 책상 등)에
재활용 자재를 적용하였습니다.
이렇게 진행된 리턴빌리지 프로젝트는
총 3개월간 약 7톤의 자재를 회수하였으며,
그 중 65% 이상이 지역 내에서 직접 재사용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충북도 환경과와 행안부의 관심을 끌며
2025년 상반기 ‘지역 자원순환 협력 우수사례’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커뮤니티 협업 구조와 참여 유도 방식
리턴빌리지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커뮤니티가 단순 참여자가 아닌 실질적인 주체로 기능했다는 점입니다.
첫째, 프로젝트 초기에는
마을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우리가 직접 동네 자재를 살려내는 주인공’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이 설명회에서는 수거 방법, 안전 수칙, 회수 자재 종류, 자재 분류 기준 등을
교육하고, 수거 활동을 지역 활동 수당과 연계하여 참여도를 높였습니다.
둘째, 청년층과 시니어층을 함께 아우르는 세대 통합형 순환단을 조직하였고,
이 팀은 자재 수거뿐만 아니라 창고 관리, 물류 정리, 리폼 작업까지 함께 수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대 간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며,
‘자원 순환’을 통한 공동체 결속력 향상이라는 부가적인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셋째,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사용 자재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우리 동네 공간 리폼 공모전’을 열었고,
선정된 아이디어는 에코트랙의 기술팀과 함께 실제로 실행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커뮤니티 구성원이 결과물의 주인이 되는 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재 하나하나에 QR 코드를 부착해
자재의 원래 위치, 종류, 재사용된 장소 등을 기록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원의 흐름을 스토리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특징입니다.
확장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 커뮤니티 기반 순환은 가장 강한 자산입니다
제천의 리턴빌리지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재 수거와 재활용을 넘어
지역이 자원 순환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폐기물 처리를 외부 기업이나 기관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주민이 중심이 되고,
스타트업은 기술과 기획을 제공하는 균형 잡힌 협업 구조를 제시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원 회수와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커뮤니티 역량 강화
-공동체 기반의 지속가능성 확보
라는 측면에서,
단순 환경 프로젝트가 아닌 지역 순환경제와 공동체 문화 복원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모델은
-소도시 리모델링 현장
-지방 교육청의 학교 폐교 활용
-농촌 마을 환경 개선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으며,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재단 등과 협업을 통해
범국가적 순환 자재 활용 정책과도 연결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건축 폐기물 수거는 단순한 자원 회수 작업이 아닙니다.
지역의 손으로, 지역을 위한 순환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으며,
그 중심에는 주민과 함께 협력하는 스타트업의 공공성과 기획력이 놓여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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