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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폐기물리사이클

폐건축자재, 지역의 공공디자인을 바꾸다 – 지역 기반 순환자재 연계 사례 분석

지역 공공디자인에 순환건축이 필요한 이유

지역 도시와 마을의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동체 정체성을 드러내며,
지역 자원을 어떻게 순환하고 재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이 함께 들어가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노후된 공공건축물이나 상가 건물, 학교 건물 등이 철거되며
막대한 양의 건축자재가 배출되고 있지만,
이 자재들이 다시 지역 내에서 순환되거나 재사용되는 구조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대부분은 외부 업체를 통해 처리되거나, 물류 이동 중 손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델은
해체 현장에서 회수한 자재를 지역 기반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 직접 연계하여
지역 내 자원순환과 문화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식
입니다.
이 모델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지역 재생, 주민 참여, 디자인 콘텐츠화를 함께 이루는 구조로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폐건축자재, 지역의 공공디자인 바꾸다

 

이번 글에서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실제 실행된
“폐건축자재를 활용한 주민참여형 마을 쉼터 리디자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러한 순환 자원 기반 공공디자인 사례가
어떻게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실현했는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군산 '연결의 쉼터' 프로젝트, 자재도 지역에서 돌아오다

2024년 가을, 전북 군산시는
원도심 내 공공건축물(구 동사무소)의 철거를 진행하면서,
해체 자재의 일부를 지역 공공시설물에 재활용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시도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실행을 맡은 로컬 디자인 스타트업 **‘소소건축(SOSO Architecture)’**은
폐자재 중 상태가 양호한 목재 데크, 철제 프레임, 창호 일부, 실내 조명 등을 회수해
인근 주민공동체 쉼터를 재설계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 연계하였습니다.

해당 쉼터는 원래 오래된 목재 의자 몇 개와 낡은 화단으로 구성된
단순한 공간이었지만,
소소건축은 회수된 자재를 활용해

-폐창호 프레임을 벤치 구조물로 재설계하고

-폐목재 데크를 야외 바닥과 식재대에 적용하며

-철제 프레임을 그늘막 구조와 아트월로 변형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부분은
마을 주민과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설계 및 조립 워크숍이었습니다.
소소건축은 디자인 초안과 자재 수량 리스트를 마련하고,
주민 설명회를 거쳐 쉼터의 이름, 조립 방식, 색상 선택 등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은 공공디자인이 지역의 삶과 감각을 반영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설치가 완료된 후, ‘연결의 쉼터’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공간은
군산시의 대표적 순환 디자인 사례로 언론에 소개되었고,
2025년 상반기부터는 타 지역 확산을 위한 순환디자인 매뉴얼 제작 프로젝트에도 포함되었습니다.

 

폐자재의 회수, 설계, 제작을 로컬 기반으로 설계하다

소소건축이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 안에서 자재와 사람, 디자인이 연결되는 구조적 전략이 있었습니다.

첫째, 자재 확보 단계에서는
해체 일정에 맞춰 사전에 철거 업체와 협의하고,
재사용 가능성이 높은 자재만을 선별 회수하였습니다.
군산시와 협력해 구청 내 유휴창고를 임시 보관소로 활용하였고,
수거 과정에 지역 일자리 연계 사업을 통해
청년 일용직 인력도 함께 참여시켜 사회적 가치와 실무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였습니다.

둘째, 설계 단계에서는
서울에 있는 디자인 기획팀이 아닌,
군산 내 대학과 협력한 디자인랩에서
자재를 직접 보고 설계에 반영하도록 유도하였으며,
자재 크기와 구조를 있는 그대로 활용한 설계 방식을 채택
재가공 비용과 폐기율을 낮추었습니다.

셋째, 시공 단계에서는
지역 목공소, 용접소, 페인트 작업장과 연계해
모듈화된 디자인 도면을 기준으로 분업 시공을 진행하였으며,
전체 시공비의 약 42%는 지역 내에서 순환되도록 설계한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폐자재 활용의 범위를 단순 환경 효과에서 멈추지 않고,
지역 기반 산업 생태계의 순환성과 시민 참여적 공공디자인 문화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확장 가능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순환건축이 지역 공공디자인을 바꾸는 방식

군산 사례는 단순한 디자인 실험이 아니라
순환 자재를 중심으로 지역의 공공디자인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폐건축자재를 공공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것이
비용이나 안전, 디자인 완성도 측면에서 제약이 많다고 여겨졌지만,
이 사례는 ‘현실적이고 지역 중심적인 구조 설계’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특히,

-자재 수거부터 설계까지 로컬 기반으로 연결하고

-주민이 디자인의 주체로 참여하며

-외부 업체 의존도를 줄인 채 실질적인 실행 모델을 완성한 점은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순환디자인의 좋은 선례가 됩니다.

무엇보다 폐자재 활용을 ‘소비 대체’가 아닌
공공성, 스토리, 지역 정체성 재구성의 수단으로 접근한 것이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친환경 시도가 아닌
문화적 설득력을 가진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순환건축 스타트업이나 지역 디자인 기업들은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

-지역 주민 참여형 디자인 캠페인

-마을 자원 활용 공공가구 제작

-폐자재 전시 콘텐츠와 도시 투어 연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내 자원을 선순환시키는
문화적·경제적 플랫폼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폐건축자재는 이제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 아닌,
지역 공공디자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을 가능케 하는 것은
순환자재에 대한 기획력과, 사람을 연결하는 디자인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