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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듈러 건축의 빈틈을 채우다 – 도시형 공사에서 남는 자재, 다시 쓰이는 법
    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7. 21. 09:38

    도시 속 모듈러 건축, 편리함 속 자원 낭비는 없을까요?

    최근 도시형 소형 건축물 시장에서 모듈러 건축의 활용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듈러 건축이란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구조체를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보다 공기(工期)가 짧고, 현장 소음과 폐기물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소형 상가, 편의시설, 공공 임시건축물, 임대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모듈러 건축

     

    하지만 이러한 공법도 자원의 효율성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모듈러 유닛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절단 후 남는 철재, 목재, 단열재, 유리, 마감재 등 다양한 잔여 자재가 발생하게 되며,
    현장 조립 과정에서도 규격 미스나 파손으로 인해 버려지는 자재가 존재합니다.
    이 자재들은 대부분 개별 단위로는 소량이지만,
    공장이 하루 수십 개의 유닛을 생산하는 구조에서 보면 누적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자재를 단순히 폐기하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국내 사례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형 모듈러 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잔여 자재의 유형,
    이를 재활용하는 스타트업과 제조사의 실천 사례, 그리고
    향후 확대 가능성과 제도적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모듈러 공정에서 발생하는 잔여 자재의 특징과 양상

    모듈러 건축은 정밀하고 반복적인 공정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본적으로 자재 낭비가 적은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모듈러 유닛은 표준화된 규격 안에서도 고객의 요청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계 변경이나 시공상 오류에 따라 의외로 많은 자재가 남게 되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잔여 자재가 발생합니다:

    -절단 후 남은 철골 프레임 조각

    -잘려나간 단열재 스티로폼·우레탄 보드

    -가공 중 파손된 유리창 및 창틀

    -정해진 길이보다 짧게 남은 데크재, 몰딩, 바닥재

    -도장 불량으로 폐기된 알루미늄 판넬, 시트지

    이러한 자재들은 대부분 재포장이나 재가공이 어렵고,
    다른 유닛에 그대로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 규격의 중간 소재
    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현장 폐기물’로 처리해 왔습니다.

    하지만 모듈러 생산 공장이 집중된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이러한 폐자재를 모아 가공·리폼하여 학교 창작교실, 청년 창업공간, 임시시설물 자재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자재의 2차 수명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듈러 건축 잔여 자재 재활용을 실현한 스타트업 사례

    모듈러 건축 공장에서 나오는 자재를 단순 폐기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으로 유통시키는 구조를 만든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모듈마켓(ModulMarket)’과 ‘리유니온 스튜디오(ReUnion Studio)’가 있습니다.

    모듈마켓은 수도권 서남부에 있는 모듈러 공장들과 협약을 맺고,
    주 단위로 잔여 자재를 수거해 상태를 분류한 후,
    소형 건축사무소, 공방, DIY 개인 수요자에게 재공급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이들이 취급하는 주요 자재는 알루미늄 창틀, 절단 금속 프레임, 단열 보드, 유리 조각 등으로,
    자재 상태에 따라 건축 재료, 인테리어 소품, 가구 프레임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 리유니온 스튜디오는 모듈러 공장에서 폐기 직전의 잔여 자재를 활용하여
    지역 사회 공간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려질 뻔한 금속 파이프와 플라스틱 보드를 이용해
    도서관 내 독서 부스, 야외 쉼터 가림막, 이동형 진열대 등으로 변신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들 스타트업은 단순한 자재 판매를 넘어서,
    “잔여 자재를 어떻게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창의적 실험까지 병행함으로써
    도시형 건축의 순환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모듈러 건축 자재 재활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과제와 시장 확장 가능성

    모듈러 건축의 잔여 자재는 여전히 제도상 일반 건설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어
    이를 다시 유통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어 법적 리스크나 인증 체계 부족 문제가 따라오게 됩니다.

    또한, 잔여 자재의 품질 기준과 안전 인증 절차가 부재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자재를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신뢰 기반 유통이 어렵다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와 건설환경 관련 협회에서는
    모듈러 자재 잔여분 인증제도 또는 잔여 자재 거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시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된다면, 모듈러 공장에서는 폐기물 비용을 절감하고,
    스타트업은 안정적인 유통 기반을 확보하며,
    소비자는 검증된 순환 자재를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도시 내 리모델링, 공공시설, 소형 공간 인테리어 등
    소규모 수요에 맞춘 모듈러 잔여 자재 특화 유통 플랫폼
    지역 경제를 자극하고 순환 건축을 실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모듈러 건축의 빠름과 효율, 순환으로 완성됩니다

    모듈러 건축은 도시 속 건축의 속도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율은 생산 전후 과정에서의 자재 순환 구조가 함께 보완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버려지기 쉬운 자재 조각 하나하나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상품화하거나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하는 접근은 지금까지의 건축 소비 방식에 새로운 전환을 제안합니다.

    스타트업과 모듈러 제조사가 손을 맞잡고
    공장에서 나오는 잔여 자재를 추적·분류·가공·유통하는 흐름을 만들어간다면,
    모듈러 산업은 그 자체로 순환 경제의 실험장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속도와 효율에 지속가능성을 더한 건축 산업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시는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원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작은 순환’이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모듈러 건축의 다음 단계는 바로 자재의 재탄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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