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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자재, 버려지는 대신 기부됩니다 – 비영리단체와 함께 만든 순환 프로젝트 이야기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7. 23. 07:27
버려지던 자재가 ‘도움’이 되는 구조를 상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건물을 짓거나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자재들이 사용되고, 동시에 엄청난 양의 잔여 자재가 발생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완전히 쓰지 않은 새 자재도 있고,
사용 후에도 여전히 쓸 수 있는 상태의 자재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자재들이 대부분 분류되지 않고 곧바로 폐기물로 처리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누군가에게 이 자재를 전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최근 이런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영리단체와 스타트업, 그리고 건축 현장이 함께 협력하여
자재를 기부하고 재활용하는 순환 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원 절약을 넘어,
저소득층 주거 개선, 공공시설 보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이번 글에서는 ‘리소스 셰어링 네트워크(Resource Sharing Network)’라는
비영리 연계 자재 순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어떻게 자재 기부와 유통이 이뤄지는지,
어떤 사회적 파급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리소스 셰어링 프로젝트의 시작 – 필요와 잉여가 만나는 지점
‘리소스 셰어링 네트워크(RSN)’는 2021년 서울에서 시작된
자재 순환 기반 비영리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사사무소, 인테리어 업체, 자재 유통 스타트업,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이 함께 만든 협업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작은 한 중소건설사 대표가 “창고에 쌓여 있던 마감재를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다”는 제안에서 출발했습니다.이후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홈어게인 코리아’가 협력하게 되었고,
서울 시내 철거 예정 공간, 폐점한 상업공간, 리모델링 현장 등에서 남는 자재를 수거하여
필요한 복지 현장에 전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이들은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고,
자재를 임시 보관하고 분류하는 창고 시스템,
소분 가능한 패키지 시스템, 그리고 기부 내역 관리 및 추적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습니다.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수요 기반 매칭 시스템입니다.
필요한 기관이 ‘벽타일 5㎡’, ‘방수 페인트 2통’ 등 요청을 등록하면,
해당 물량이 확보될 경우 자동으로 배정되고 배송까지 지원하는 구조입니다.어떤 자재가 기부되고, 어디에 쓰이는가요?
자재 기부는 생각보다 다양한 품목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품목이 자주 순환됩니다:-남은 마루 재
-도장용 페인트, 시트지
-LED 조명
-콘센트 박스, 전기 배선
-문짝, 손잡이, 경첩
-욕실 자재(세면대, 수전 등)
-철제 선반, 타공판
이러한 자재들은 대부분 소량으로 남아 유통이 어렵지만,
복지시설이나 공공 공간의 유지보수 작업에서는 매우 요긴하게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관은
기부받은 마루재로 휴게실 바닥을 보수했고,
서울 성북구의 한 아동센터는 LED 조명과 벽지 시공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이처럼 자재가 ‘단순 재활용’이 아닌 공익적 용도로 쓰인다는 점은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건설사나 인테리어 업체 입장에서는
폐기물 비용을 줄이고, ESG 활동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큽니다.자재 순환 시스템의 운영 방식과 기술 지원
‘리소스 셰어링’은 단순한 기부 구조에서 더 나아가,
IT 기반의 재고 관리 시스템과 자재 매칭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빌드마켓’은 이 프로젝트의 기술 파트너로 참여해
자재 등록, 재고 현황, 수요 요청, 배송 스케줄링 등을
웹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각 자재는 수거 후 사진 촬영 및 상태 분류가 이뤄지며,
사용 가능 등급(A/B/C), 예상 수량, 유통기한 등이 입력됩니다.
이후 필요 기관은 카탈로그 형태로 자재 정보를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으며,
수요-공급이 매칭되면 협력 물류업체가 배송을 담당합니다.현재까지 이 시스템을 통해
약 80개 기관에 430건 이상의 자재 기부가 완료되었으며,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약 1억 2천만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 기반의 자재 순환 시스템은
투명성과 효율성, 사회적 신뢰를 함께 높이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자재의 마지막이 아닌, 다음을 연결하는 구조로
건축 자재는 단지 공사에 쓰이는 물건 그 이상입니다.
그 안에는 설계자의 고민, 시공자의 땀, 사용자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자재들이 한 번의 사용으로 사라지지 않고,
필요한 곳에서 다시 쓰이고,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큰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비영리단체와 함께한 자재 순환 프로젝트는
자원, 사람, 기술이 만나서 만들어진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스타트업은 시스템을 만들고, 비영리단체는 현장을 연결하고,
건축사와 현장팀은 자재를 내어주고, 사용자들은 그것을 받아 의미 있게 활용합니다.앞으로 이러한 순환 구조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자재는 ‘폐기’라는 종착지를 거치지 않고,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 새로운 가치를 향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조각이지만, 이 흐름이 도시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건축폐기물리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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