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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 현장의 폐단열재, 어떻게 다시 쓰일 수 있을까?
    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6. 28. 11:03

    단열재, 이제는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시대입니다

    현대 건축물에서 단열재는 구조적 요소만큼이나 중요한 자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실내의 열 효율을 높이며,
    더 나아가 건물의 탄소배출량 감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축물이 철거되거나 리모델링될 때, 이 단열재는 대체로 '사용이 끝난 폐기물'로 간주되어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특히 스티로폼(EPS), 우레탄 보드(PU), 압출법 단열재(XPS) 등은
    환경적으로 분해가 어렵고, 폐기 시 유해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문제 자재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이러한 폐단열재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축자재 재활용 스타트업과 친환경 소재 기업들, 그리고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기존의 단열재를 다시 단열 기능을 갖춘 소재로 재생산하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제품의 원료로 가공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폐단열재가 어떤 기술을 통해 재활용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실제로 국내 건설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기술 구조와 실사례 중심으로 자세히 안내드리겠습니다.

     

    폐단열재 재활용 기술의 구조 및 처리 과정

    건설 현장에서 철거되거나 해체된 단열재는 종류별로 그 처리 방식이 달라지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가장 많이 다뤄지는 단열재는 EPS(발포 폴리스티렌), XPS(압출 발포 폴리스티렌), PU(폴리우레탄)입니다.
    이러한 자재는 공통적으로 가볍고, 화학적 안정성이 높으며, 분해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폐단열재의 재활용 공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건설 현장의 폐단열재

     

    수거 및 전처리
    철거된 건축물에서 단열재를 수거한 뒤,
    이물질(몰탈, 본드, 철사, 벽지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루어집니다.
    특히 PU나 XPS는 본드 제거가 까다롭기 때문에 열풍 분리 공정을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파쇄 및 입자화
    전처리된 단열재는 분쇄기나 절단기를 통해 작은 조각이나 알갱이로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는 소재에 따라 고온 압축기를 통해 일정한 밀도를 맞추는 기술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재생 원료화
    파쇄된 단열재는 다시 발포하거나, 다른 소재와 혼합하여
    보온재, 방음재, 흡음 패널, 인테리어용 충전재 등으로 가공됩니다.
    일부 기술은 폐단열재를 화학적으로 용해해 액상 고분자 소재로 변환하는 방식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품화 및 품질 인증
    이렇게 재활용된 단열재 제품은 열전도율, 흡수율, 난연성 테스트 등을 거쳐
    일부는 KS 인증, 일부는 친환경 건축자재 인증(환경표지)를 취득하여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대기업보다는 중소 규모의 전문 스타트업이나 소재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건설 폐기물 재활용 산업의 주요 분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폐단열재 국내 재활용 기술 적용 사례 – 실제 프로젝트 중심 소개

    국내에서 폐단열재 재활용 기술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2024년 서울시가 추진한 ‘제로에너지 리모델링 시범 프로젝트’입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해체한 공공건물에서 나온 XPS 단열재를 수거하여
    지하주차장 방음 벽면재로 재가공해 재사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코소재랩’이라는 스타트업은
    XPS 단열재를 파쇄 후 고탄성 스펀지보드 형태로 재생산하였고,
    서울시로부터 공공 건축물 적용 적합성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는 폐단열재가 기존 용도와는 다른 형태로
    “기능을 유지하며 재사용된 최초의 공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 단지 철거현장에서
    수거한 폐 EPS를 기반으로 단열 충전용 비드(beads)를 제조해,
    새로 시공되는 인근 공동주택의 단열재 생산에 활용한 경우입니다.
    이 과정은 같은 지역 내 자원순환을 실현한 모델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협력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한편 부산 지역에서는 해양 플라스틱과 폐단열재를 혼합한 복합소재를 개발하여
    방음벽, 도로 경계석, 공공 디자인 가구로 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 중에 있으며,
    이에 대한 지자체 연계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폐단열재 재활용이 이론을 넘어 실무 현장에서 구현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폐단열재 재활용 제도적 과제, 시장 확대를 위한 방향 제안

    폐단열재 재활용 기술은 기술적으로 이미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실제 시장 확산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과제가 존재합니다.

    첫째로, 자원순환법 내 단열재에 대한 명확한 재사용 기준이 부족합니다.
    현재는 EPS, XPS 등 개별 단열재에 대한 재사용 허용 범위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건설사와 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폐단열재의 품질 인증, 유통, 조달이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수거 및 물류 인프라의 한계입니다.
    폐단열재는 경량이지만 부피가 크고,
    파손 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전문 수거 시스템과 안전한 운반 규정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민간 소규모 업체들이 각자 분산형으로 운영하고 있어
    효율적인 대량 수거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셋째로는 시장 인식과 경제성 문제입니다.
    재활용 단열재 제품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 신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이나 대형 건설사에서 적극적인 초기 수요를 창출해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제안될 수 있습니다:

     

    건축기준법 내 재생 자재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조항 도입

    폐단열재 전용 KS 인증 체계 신설 및 환경표지 인증 확대

    지자체와 연계된 단열재 순환센터 설립 및 시범사업 운영

    재활용 단열재 우선 적용 대상 건축물 가이드라인 제시

     

    앞으로의 건축은 단지 공간을 짓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며 자원을 어떻게 다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폐단열재는 아직 많은 이들이 무심코 버리고 있는 자원이지만,
    분명히 건축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소재로 재탄생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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