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진 콘크리트, 다시 길이 되다: 폐콘크리트 분쇄 기술과 스타트업 혁신 사례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6. 28. 06:12
도시는 끊임없이 재개발되고 재건축된다.
건물 하나가 철거될 때, 남는 것은 단지 빈 땅만이 아니다.
그 자리엔 수십 톤에서 수백 톤에 이르는 건축 폐기물,
그중에서도 특히 콘크리트 잔해가 산처럼 쌓인다.한국의 경우, 건설 폐기물 중 폐콘크리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에 이른다.
재개발, 고속도로 확장, 교량 철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폐콘크리트는 계속 생성되며,
이제는 단순 매립이나 임시 도로포장 자재로만 소진하는 방식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 몇 곳은 폐콘크리트를 다시 건설 자재로 순환시키는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 산업에서 외면받던 파쇄 콘크리트에 새로운 생명과 용도를 부여하며,
지속가능한 건축자재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이 글에서는 폐콘크리트를 어떻게 분쇄하고 가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재활용하는지 그 기술의 구조를 설명하고,
그 기술을 현실화한 국내 스타트업들의 실제 사례와 시장 반응까지 깊이 있게 다뤄본다.폐콘크리트 분쇄 및 재활용 기술의 원리
폐콘크리트를 재활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단계는 물리적 분쇄와 입도 조절이다.
이 작업은 단순히 깨부수는 것을 넘어, 건설자재로서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입자의 크기, 불순물 함유율, 강도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고도 기술을 요구한다.- 1차 파쇄 (Primary Crushing)
대형 콘크리트 블록을 50~100mm 크기로 파쇄한다.
이 단계에서는 철근, 배관 등의 이물질이 혼합돼 있어
자력 선별기와 공기 분리기를 동시에 작동시켜 금속류와 콘크리트 파편을 분리한다. - 2차 정밀 분쇄 및 입도 조절
파쇄된 콘크리트는 충격식 분쇄기, 콘 크러셔(Cone Crusher) 등을 통해
5~30mm 크기로 더 정밀하게 부수며, 이 과정에서 비표면적 증가와 함께
새 시멘트와의 결합력을 높이는 특성이 형성된다. - 세척 및 분급 (Washing & Classification)
콘크리트 분진, 석회, 미세먼지 등을 고압 세척기로 제거하며,
중량차 분리 기술을 이용해 모래, 자갈, 미세 골재를 분리하고 분류한다.
이로 인해 재사용 시 공학적 특성이 예측 가능해진다. - 혼합 및 배합제 적용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계다.
폐콘크리트에 고분자 첨가제, 활성화제, 수분 조절제 등을 섞어
다시 사용 가능한 구조재 또는 보조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가공한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천연 골재 대신 폐콘크리트를 사용할 경우
약 20~40%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다.실제 국내 스타트업 사례: 기술을 비즈니스로 만든 사람들
서울시 성동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에코스트럭처”는
국내 최초로 모듈형 재생 콘크리트 블록을 상용화한 회사다.
이들은 폐콘크리트를 분쇄해 인공지반 블록, 경계석, 옹벽 블록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시 공공도시재생 프로젝트 5곳에 납품 중이다.에코스트럭처의 기술은 파쇄된 콘크리트에 친환경 수용성 결합제를 적용하여
강도와 내구성을 기존 석재보다 90% 이상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블록 뒷면에 QR코드를 삽입해 자재의 이력과 재활용 비율, 발생지 등을 추적할 수 있도록
스마트 건축 데이터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또 다른 사례로는 부산의 ‘리사이클랩’이 있다.
이 회사는 폐콘크리트 미세 입자를 사용해
저강도 보조기층용 시멘트 대체재를 만들고 있다.
도로 공사, 포장 기초, 주차장 바닥 등에 쓰이는 이 제품은
현재 LH공사의 친환경 자재 인증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전국 공공 조경공사에 납품될 예정이다.이들은 폐콘크리트의 “입도 조절과 수분 유지율”이라는 기술적 한계를
자체 개발한 혼합 알고리즘으로 보완했고,
최근 건설사 협력 R&D 센터 설립 계약까지 체결했다.이처럼 스타트업들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건축 자재 시장에서 실질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상업건축 현장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시장의 가능성과 제도적 과제, 그리고 미래 전망
폐콘크리트 재활용 기술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자원 고갈, 탄소 중립, 원자재 수입의존도 감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건설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설루션이지만,
그에 비해 제도와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첫째, 법적 기준과 인증 체계의 미비가 문제다.
폐콘크리트를 활용한 제품은 KS 규격이나 조달 등록 요건을 통과하기 어렵고,
설계 단계에서 ‘재활용 자재 우선 사용’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둘째, 디자인 설계 관행의 보수성도 문제다.
대부분의 건축사무소나 시공사는 여전히
재생 자재를 리스크 요소로 간주하며,
“검증된 천연 골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재활용 제품이 설계단계에서 제외되는 일이 잦다.셋째, 시장 내 단가 문제도 스타트업들에게는 큰 장애물이다.
초기 기술 개발비, 장비 도입, 시험 인증 절차 등으로 인해
재활용 콘크리트 제품은 원자재 대비 10~20% 높은 단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가보다는 환경가치, 사회적 책임, ESG 평가 항목 등
다른 측면에서 시장 우위를 설계해야 한다.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지자체별 폐콘크리트 자원화 센터 설립 지원
KS인증 간소화 및 재활용 건축자재 전용 조달 플랫폼 구축
폐콘크리트 재활용 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 확대
건축법 내 ‘재생 자재 사용 가점’ 조항 도입
폐콘크리트는 이제 더 이상 버려지는 잔해가 아니다.
그것은 다시 도시를 만들고, 도로를 깔고, 공간을 완성할 수 있는 도시 순환 자원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엔 기술과 철학을 모두 갖춘 스타트업의 작은 실험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이 실험이 제도와 시장의 뒷받침을 받아,
건축 산업 전체를 친환경 생태계로 바꾸는 커다란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건축폐기물리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설 현장의 폐단열재, 어떻게 다시 쓰일 수 있을까? (0) 2025.06.28 폐벽돌로 다시 쌓은 공간: 재활용 벽체 기술과 국내 실제 적용 (1) 2025.06.28 건설 폐기물 중 철근은 어떻게 재활용될까? (1) 2025.06.27 버려진 나무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 가구로: 폐목재를 재탄생 시킨 소셜벤처의 이야기 (2) 2025.06.27 깨진 유리창에서 시작된 창업: 철거 현장 유리 재활용 스타트업의 사례 분석 (1) 2025.06.27 - 1차 파쇄 (Primary Crus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