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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나무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 가구로: 폐목재를 재탄생 시킨 소셜벤처의 이야기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6. 27. 09:22
도시 곳곳의 건축 현장과 산업 폐기물 처리장에는 매일같이 목재 폐기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철거된 주택의 문틀, 해체된 데크의 바닥재, 오래된 가구의 프레임 등
그 모습은 낡고 부서졌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단단한 구조와 풍부한 질감이 살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부분의 폐목재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단순 처리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기억을 품은 소재로서의 목재’에 주목한 이들이 있다.서울 성북구의 한 공동 작업실에서 시작된 이 소셜벤처는
버려진 목재를 다시 수집해,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담는 공감형 가구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단지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목재가 지닌 시간의 흔적과 정서적 무게를 가구로 이어가겠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이 글은 그 소셜벤처가 어떤 방식으로 폐목재를 수거하고,
어떻게 새로운 삶을 불어넣는지를 기술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폐목재를 재탄생시킨 소셜벤처의 창립 배경과 ‘버려진 나무’에 담긴 철학
이 소셜벤처의 공동창업자는 원래 건축학과와 조형예술을 전공한 청년들이었다.
대학 시절, 지역 마을 재생 프로젝트에서 철거된 주택의 부서진 마룻바닥을 수거해 임시 벤치를 만들었던 경험이
그들의 창업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당시 프로젝트가 끝난 뒤 주민들이 “이 나무에서 우리 집 냄새가 난다”라고 말하던 기억이
그들에게 폐목재의 가치를 단순한 재료 그 이상으로 인식하게 했다.이후 그들은 ‘목재에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확신을 갖고,
서울 도심에서 버려지는 폐목재를 수집해 사람 중심의 리사이클 가구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커피 테이블 하나를 만드는 데도 수일이 걸렸고,
손에 들린 목재는 못자국, 페인트 자국, 타카핀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가공될수록 유일무이한 디자인과 의미를 지녔다.
창업자는 말한다.
“우리는 목재를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물려받아 가구라는 방식으로 계승하는 거예요.”그 철학은 제품의 모든 디테일에 담겨 있다.
제품마다 ‘이 목재는 어디서 왔는가’를 기록한 스토리 태그가 달려 있으며,
제작자는 가구를 만든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고민도 함께 노트에 적어둔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가구 생산이 아닌, 기억 기반의 창작 활동으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폐목재 가공의 실제 과정과 가구 제작 방식
폐목재는 일반 목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작업과 정성이 필요하다.
우선 수거 단계부터 정교하다.
이 소셜벤처는 철거 예정인 건물이나 지역 자활센터, 목공소 등과 협약을 맺어
원재료 상태가 양호한 폐목재만을 수집한다.
그 후에는 목재를 분류, 세척, 해체, 못 제거, 연마, 건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특히 습기를 먹은 목재는 무게가 무겁고 뒤틀려 있기 때문에,
재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판단이 필요하다.이들이 만드는 대표 제품은 빈티지 감성의 수납장, 벤치, 책상, 액자 프레임 등이다.
모든 제품은 디자인 단계부터 목재의 상태에 맞춰 커스터마이징되고,
심지어 목재의 못구멍이나 옹이를 그대로 살려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한다.
때로는 금이 간 나무를 금속으로 보강해 예술적 구조물처럼 제작하기도 한다.
가구 제작은 100% 수작업이며, 각 제품은 소량 생산으로 한 달에 10~15점 정도만 만들어진다.
이들은 양산 대신 “가구에 담긴 시간의 이야기”를 선택했고,
이 방식이 오히려 사람들의 공감을 사며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폐목재를 재탄생시킨 사회적 가치, 시장 반응, 그리고 미래 전략
이 소셜벤처는 단순한 친환경 브랜드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적 취약계층과의 협업, 지역과의 순환 모델, 정서적 가치 공유를 모두 실현하고 있다.
실제로 제작팀에는 중장년 목공 기능사, 경력 단절 여성 디자이너, 청년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며,
폐목재 수거는 지역 노인회, 자활센터와 협력해 일자리 순환 모델로도 확장되었다.제품은 온라인 편집숍, 카페, 갤러리숍 등을 통해 판매되며,
1년 만에 국내 30개 매장에 입점하고, 해외 바이어와의 콜라보도 진행 중이다.
또한 이들은 2025년 하반기부터는 ‘도시 기억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특정 장소의 철거 직전 유물을 가구 화하여 남기는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예컨대, 한 동네의 오래된 초등학교를 철거하면서
그 학교 바닥재로 만든 독서대, 책상 등을 동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이 스타트업은 말한다.
“나무는 본래 산에서 자라지만, 우리는 도시에서 자란 나무를 다시 숨 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철학은 단순한 친환경 제품 이상의 가치를 전달한다.
그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도시의 나무’를 기억하고, 가구로 재생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의 감정, 기억,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일에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건축폐기물리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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