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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폐기물 중 철근은 어떻게 재활용될까?건축폐기물리사이클 2025. 6. 27. 21:01
매년 국내에서 발생하는 건설 폐기물은 약 8000만 톤 이상에 달한다.
이 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철근(Rebar)이다.
철근은 건축 구조물에서 가장 필수적인 보강 자재이자,
해체 시점에서는 무게와 부피가 큰 고밀도 폐기물로 전락한다.철근은 원재료가 철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해체된 철근에는 콘크리트 잔재, 녹, 오염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고,
수거부터 선별, 가공까지 고도의 기술과 에너지가 소모된다.한편,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기업들은 철근을 포함한 건설 금속 자재의 순환 시스템 구축을 필수 과제로 보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폐철근을 체계적으로 수거하고
재가공하여 신철 못지않은 품질로 공급하는 리사이클 업체들이 늘고 있다.이 글에서는 폐철근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되는지,
그리고 이를 실행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 구조, 성과를 중심으로 자세히 분석해본다.철근 재활용의 기술적 과정과 국내 처리 시스템 구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철근 폐기물은 전문 철거업체 또는 건설사 자체 분리팀을 통해 수거된다.
철근이 콘크리트와 함께 엉켜 있는 경우,
기계적 또는 수작업으로 1차 파쇄 및 분리 작업이 이뤄지며,
이후 자력 선별 장비(Magnetic Separator)를 통해 철 성분만 골라낸다.철근은 보통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재활용된다:
수거 및 운반
철거 현장에서 선별된 철근은 스크랩 형태로 대형 트럭에 실려
재활용 전문 업체 또는 고철 처리 공장으로 운반된다.절단 및 분쇄
길이가 불규칙하고 뒤틀린 철근을 일정한 크기로 절단 및 파쇄하는 단계다.
이때 유해 도료, 플라스틱 피복, 콘크리트 잔재 등을 동시에 제거한다.용해 및 제강 공정 투입
잘게 나뉜 철 스크랩은 전기로(전기 용광로)에 투입되어
16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용해되며,
새로운 철근, 철판, 철제 부속품의 원료로 재탄생한다.품질 검사 및 인증
재생 철강 제품은 KS 인증, 환경표지 인증, 품질 시험을 거쳐
건축 자재로 다시 유통된다.현재 국내에서는 수도권 기준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대형 제강사가 폐철근 재활용 루트를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중소 규모의 철 스크랩 전문기업들이 이 과정을 협력 수행하고 있다.
정부 역시 자원순환법에 따라 건설 폐기물 처리 기록을 의무화하고 있어
투명한 유통 구조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실제 국내 사례 분석: 재활용 철근의 산업 적용과 성공 기업
국내에서 가장 먼저 철근 리사이클 시스템을 구축한 대표 기업은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A메탈’이라는 중견 업체다.
이 기업은 수도권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월 3000톤 이상의 철근 스크랩을 수거하고 있으며,
이 중 약 80%를 건축용 철근, 가설 자재, 조경 철물 부자재로 재생산하고 있다.A메탈은 ‘3중 분리 방식’을 통해 기존보다 불순물 제거율을 30% 이상 개선했고,
이를 통해 KS 인증을 받은 고품질 재생 철근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건설 프로젝트에 납품된 철근 중 일부는 이 회사의 재생 자재였다.
이는 국내 최초로 대형 공공사업에 리사이클 철강이 공식적으로 투입된 사례로 기록되었다.또 다른 사례로는, 경상남도 김해에 위치한 B철강이 있다.
B사는 폐철근을 용해한 후 패널용 고강도 철판으로 제조해,
중소형 건축물의 외벽 마감재로 납품하고 있다.
이 기업은 폐철근 1톤 재활용 시 탄소 배출을 약 1.8톤 감축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ESG를 중시하는 건축사무소와 협업을 확장 중이다.또한 최근에는 몇몇 스타트업이 AI 기반 철근 자동 선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비전 인식과 자력센서를 결합한 기술로,
콘크리트 조각 속 철근을 자동 분류하여 수작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재활용 철근 시장의 한계와 향후 과제 및 제안
비록 철근은 100%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지만,
실제 시장에선 아직도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우선, 재생 철근에 대한 인식 문제가 가장 크다.
건설사와 시공사들은 여전히 ‘재활용 자재는 품질이 낮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며,
설계단계에서 재생 자재를 사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닌다.또한 조달 시스템의 비표준화 문제로 인해,
재생 철근이 조달청 물품으로 등록되지 않으면 공공 프로젝트에 활용하기 어렵다.
환경적 가치보다도 가격 경쟁력, 납기일 보장 등의 조건이 우선되기 때문에
소규모 리사이클 기업들이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제안이 있다:
첫째, 정부 차원의 재생 자재 장려 정책 강화
➝ 조달 기준 완화, ESG 평가 항목 도입, 재활용 인증 마크 적용둘째, 건설 자재 정보 DB화 및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
➝ 철근 스크랩의 출처, 성분, 재활용 이력을 디지털로 관리해 투명성 확보셋째, 민간 건축설계사무소와 협업을 통한 디자인 표준화
➝ 재생 철근을 고려한 구조 설계 사례 보급 및 성능 테스트 결과 공개앞으로 재생 철근은 단지 친환경 자재가 아니라,
건설 산업의 생존과 미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는 재활용 철강 의무 사용률이 도입되었고,
국내도 머지않아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폐철근이 쓰레기에서 자산이 되는 이 전환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와 정책의 용기일지도 모른다.'건축폐기물리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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