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철거 폐기물 중,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이 바로 유리창이다.
오래된 건물이나 상가를 철거할 때마다 대형 유리창이 수십 장씩 쏟아지지만, 대부분은 파손되어 일반폐기물로 처리된다.
하지만 유리는 기본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고가 자재이며,
특히 건축용 강화유리나 로이유리는 생산 비용과 환경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활용 가치가 높다.
이 글에서 소개할 스타트업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서울 도심의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폐유리창을 수거하여 재가공한 뒤,
예술적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창업 아이템을 실현한 사례다.
단순히 유리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감성을 담은 제품으로 승화시켜 소비자의 공감까지 이끌어낸 창업 구조를 분석해본다.
깨진 유리창에서 시작된 창업 배경과 유리창 재활용의 아이디어
이 창업자는 원래 도심 재개발 현장 근처에서 촬영기획 일을 하던 프리랜서였다.
프로젝트마다 철거된 상가나 낡은 건물에서 버려지는 유리창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한다.
특히 철거 직전에 창문을 통째로 떼어내는 장면을 보면서,
“저걸 그냥 깨서 버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철거업체와 협의하여 폐유리창을 안전하게 분리, 수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작업실로 옮겨 샌딩, 컷팅, 강화 코팅 등 후가공 작업을 시작했다.
창업 초기에는 단순한 유리판 재판매 수준이었지만,
곧바로 유리를 활용한 테이블 상판, 무드등 커버, 거울 프레임 등 인테리어 제품으로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단순 재활용이 아닌, 공간의 ‘기억’을 담는 감성 리사이클링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유리 재활용 제품화 전략과 유통 구조
이 스타트업의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빈티지 건축유리를 활용한 주문제작형 테이블, 조명, 파티션 제품군이고,
두 번째는 소형 리사이클 굿즈(컵받침, 명함꽂이, 소형 액자 등)이다.
모든 제품에는 원래 유리창이 어떤 공간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장소 스토리 카드’가 동봉된다.
예를 들어 “이 유리는 1987년 강남구 논현동의 낡은 가정집 베란다에서 떼어낸 유리입니다”라는 정보가 포함되어
소비자가 단순 제품이 아닌 기억이 담긴 물건으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판매는 SNS 채널, 디자인 편집숍, 그리고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를 통한 B2B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친환경 건축소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공공기관 및 지자체의 리사이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현재는 버려진 유리창을 활용한 학교 리모델링 사례까지 기획 중이다.
이처럼 제품화 전략은 단순한 ‘리폼’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감성과 지속가능성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잡혀 있다.
유리 재활용 시장의 반응과 창업의 한계, 그리고 확장 가능성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은 "이 물건에 이야기가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보였다.
또한 폐자재를 예술품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SNS를 통한 자발적 공유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이 창업에도 분명한 한계는 존재한다.
우선 안전성 확보가 어려운 유리 재료 특성상, 대량 생산이 어렵고,
수거·보관·가공 과정에서의 물류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기존 건설업계나 인테리어 업계는 여전히 새 자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 진입 장벽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스타트업은 자신들만의 감성, 환경 메시지, 스토리텔링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를 넘어 해외 친환경 디자인 페어에도 출품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목표는 “도시의 유리창에서 추억과 가치가 비치는 세상”이다.
이 창업은 단순한 자원 재활용을 넘어, 도시에 남겨진 시간의 조각을 이어붙이는 작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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