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에는 매년 수천 톤의 건축 폐기물이 쏟아진다.
철거된 아파트, 해체된 상가, 재개발로 사라지는 공공건물에서 나온 벽돌, 콘크리트, 석고보드들은 대부분 매립지로 향한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여전히 ‘재사용 가능한 자원’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이를 다시 건축에 활용하는 시도조차 활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의 스타트업이 폐건축자재로 ‘벽돌’을 만드는 독창적인 시도를 감행했고,
국내 최초로 이 기술을 실제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글은 그들의 기술, 철학, 시장 개척 과정을 상세히 다루며,
건축 폐기물 재활용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조명한다.
건물 폐기물 리사이클 스타트업의 등장과 배경
해당 스타트업은 2021년 서울 성동구의 한 공동작업실에서 출발했다.
창업자는 건축설계사로 일하던 중, 매 프로젝트마다 폐기물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벽돌만 모아도 작은 주택 한 채는 다시 지을 수 있다”고 말하며,
건축 자재의 수명 주기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외 사례를 조사하며, 일본·덴마크에서는 이미 폐건축자재 재활용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그 첫 사례를 직접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벽돌을 깨서 콘크리트에 섞는 수준이었지만,
곧바로 압축 성형 기술, 폐유리 및 폐목재 혼합 방식 등 다양한 리사이클 제조 방식을 실험하면서
‘재활용 벽돌’의 기본 모델을 완성했다.
리사이클 벽돌 제작 과정과 기술
이 스타트업이 개발한 리사이클 벽돌은 폐콘크리트, 폐벽돌, 폐도자기 조각 등을 원료로 활용한다.
철거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자재들을 선별한 후, 크기별로 분류하고,
강도와 흡수율 기준에 따라 적합한 조합으로 갈아낸다.
여기에 소량의 친환경 바인더와 수지를 혼합한 후, 압축 및 고온 성형 기술을 통해 벽돌을 제작한다.
기존 벽돌과 비교했을 때, 압축 강도는 90% 수준, 내수성은 거의 동일,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이 70% 이상 감소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 벽돌은 실내 인테리어 벽체, 공공시설 외부 담장, 카페의 인테리어 마감재 등으로 실제 납품되기 시작했다.
특히 ESG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이 벽돌을 사용하는 사례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폐기물을 건축의 일부로 되돌리는 일’이 실제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건물 폐기물 리사이클 시장 진입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과제
하지만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시장 진입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기존 건설업계는 여전히 새 자재 중심의 보수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공공 프로젝트는 조달청 규격을 따라야 하고, 민간 건설사는 ‘검증된 브랜드 자재’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스타트업 역시 처음에는 시공사로부터 “재활용 자재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차례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자체 시범사업, 지속가능성 전시회, ESG 인증 프로젝트 등에 끈질기게 참여하며
시장 내 신뢰를 쌓아갔다. 최근에는 한 도시재생 특화 지구에서 500㎡ 규모 외벽 공사에 자사 벽돌이 채택되면서
상업적 가능성까지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공급량 확대를 위한 폐기물 수거 네트워크, 유통 구조, KS인증 등 표준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쓰레기를 도시의 건축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건축 산업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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