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자재의 흐름을 추적해야 진짜 순환 건축이 됩니다
지금까지 건축 자재는 한 번 설치되면 끝까지 그 건물에 머무는 물건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건물이 해체되거나 리모델링될 때,
그 자재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고,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재사용이나 재활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순환 건축(Circular Building) 개념에서는
건축 자재를 단순 소비품이 아닌 ‘관리 대상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재 하나하나에 대해 이력 추적이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술로 QR코드, RFID, 블록체인, BIM 기반 태깅 시스템 등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자재의 생산→운송→설치→사용→해체→회수→재유통이라는
전체 생애주기를 가시화함으로써
재사용 자재의 품질 신뢰도를 높이고
유통의 효율성을 강화하며
건축물의 ESG 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QR 및 블록체인 기반 자재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스타트업 사례를 중심으로,
이 기술이 어떻게 순환 건축을 실현하고 있으며,
어떤 구조와 전략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타트업 ‘태그빌드’의 자재 이력관리 솔루션과 실제 적용
서울 기반의 건축 기술 스타트업 ‘태그빌드(TagBuild)’는
2023년부터 건축 자재에 QR 코드와 블록체인 이력 시스템을 결합해
해체 후 자재의 재사용 가능성과 시장 유통을 도울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왔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각 자재에 고유 QR코드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해당 자재의 생산 일자, 제조사, 사용 위치, 유지보수 이력, 철거 예상 시점 등을
모바일 기기로 즉시 확인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었습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정보 저장 기술을 통해
자재 이력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건설사·디자이너·조달기관·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재 정보를 공동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024년, 태그빌드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 소셜하우징 프로젝트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총 41개 건축 자재 항목에 대해 QR 기반 이력을 부여하였고,
해당 자재는 향후 해체 시 지역 내 순환자재 공유센터로 회수되어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완료 후
현장 내에서 사용된 목재 데크, 스틸 프레임, 조명 기구 등 일부 자재는
해체 시점이 다가오자 사전에 이력 기반으로 회수 및 리퍼비시 설계에 반영되었으며,
이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자재 재활용률을 약 35%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기술적 구조 – QR코드+블록체인+BIM 연동의 통합 시스템
태그빌드의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기술 요소를 결합해 운영됩니다.
첫째, BIM(건축정보모델링) 기반 자재 정보 자동 연동 시스템입니다.
건축 설계단계에서 BIM 모델에 입력된 자재 정보를
태그빌드의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동함으로써,
자재별 위치, 수량, 용도, 규격 등이 자동으로 정리되어
태그 부착과 이력 등록에 드는 시간을 대폭 절감하였습니다.
둘째, QR코드 기반의 현장 식별 기술입니다.
시공 단계에서는 각 자재에 QR 라벨 또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해당 라벨을 현장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스캔하면
실시간으로 자재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셋째, 블록체인 기반의 이력 저장 및 검증 구조입니다.
자재의 상태 변화, 유지보수 기록, 철거 및 회수 여부 등을
스마트 계약 기반의 블록체인 상에 기록하여
데이터 위조나 삭제를 방지하며, 자재의 신뢰성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 기술이 통합되어 운영되면,
자재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한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순환건축 프로젝트는
단순한 해체·회수가 아닌, 계획 단계부터 자재를 '회수 가능한 자원'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민간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공공 조달, 스마트시티 인프라, ESG 투자 연계 사업에도 확장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입니다.
산업적 의미와 확장 가능성 – 건축 자재도 ‘데이터 자산’이 되는 시대
자재 이력관리 시스템은 단순히 건설 현장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 시스템은 건축 자재 하나하나를 ‘데이터화된 순환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즉, 자재가 어디서 왔고, 어디에 쓰였으며,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기록하는 것은
그 자재가 언제든 회수되고, 재사용되며, 인증 가능한 자원으로 거래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특히 ESG가 기업과 공공기관 모두에게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금,
자재의 이력을 증빙할 수 있는 시스템은
조달 과정, 인허가, 설계공모, 탄소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행정적 영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2025년부터 공공건축물 및 도시재생 사업에 자재 이력 보고서를 부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며,
환경부와 국토부는 ‘자원순환형 해체 가이드라인’ 내에서
이력 기반 자재 회수 기술을 주요 항목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재 정보가 디지털화되고 블록체인으로 검증되면
장기적으로는 자재 단위의 ESG 평가, 순환건축 인증, 국제 조달 기준 연계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도 큽니다.
결론적으로, 태그빌드와 같은 스타트업의 사례는
기술 기반 자재 관리가 건축 산업의 자원 순환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며,
앞으로는 “건축 자재 하나에도 이력이 있어야 재사용된다”는 인식이
건축계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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