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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폐기물리사이클

폐건축물도 전시가 됩니다 – 공공기관 자재를 문화 콘텐츠로 만든 스타트업 이야기

공공기관 건축물의 해체, 문화적 자원으로 다시 쓰이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에서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면,
그 건축물의 대부분은 폐기물로 분류되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건물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닌,
오랜 기간 동안 행정, 교육, 의료, 연구, 복지 등의 기능을 수행한 사회적 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활동이 축적된 ‘도시의 유산’이기도 합니다.

2025년을 맞아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스타트업들은 공공기관 폐건축물에서 나온 자재를 단순히 재사용하거나 리사이클링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자재에 담긴 시간, 장소, 사람의 기억을 콘텐츠화하여 전시로 기획하는 활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자원순환’과 ‘문화기획’을 융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에서 공공기관 건축물 해체 자재를 활용해
문화·전시 콘텐츠를 기획한 스타트업의 실제 사례
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떻게 자재를 수집하고 해석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산업적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공공기관 자재를 문화 콘텐츠로 만든 스타트업

 

이 모델은 순환건축의 한계를 문화 기획으로 확장한 실천형 사례로서,
앞으로 건축·디자인·도시계획 분야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타트업 ‘메모리빌드’의 전시형 자재 순환 프로젝트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문화기획 스타트업 ‘메모리빌드(MemoryBuild)’
2023년 서울시가 주관한 노후 시청 별관 철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그 건물에서 나온 목재 창틀, 난간, 사무용 문틀, 타자기 책상, 전기 스위치 패널 등을 회수하였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자재 회수 직후
단순히 가공해 판매하거나 공공 공간에 재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 별관이라는 공간이 담고 있던 행정 기록과 시민의 추억을 전시 콘텐츠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메모리빌드는 해당 자재에 대해

  1. 위치와 역할에 대한 기록(예: 시장실 문틀, 민원창구 창틀 등)
  2. 사용 시기의 배경(예: 1970~1980년대 도시 행정 시대상)
  3. 시민들의 인터뷰 및 기억 수집
    을 거쳐, 자재 하나하나를 ‘기억의 조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그 후 2024년 초, 이들은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기억의 구조물’이라는 전시를 개최하였고,
해당 자재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구조물 조각품, 사진 기록, 인터랙티브 영상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이 전시는 단순한 조형 예술이 아니라
공공 건축의 역사와 시민 참여가 결합된 문화 콘텐츠로서 평가되었으며,
자재가 단순히 버려지지 않고 ‘기억의 매개’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운영 전략 – 자재의 문화적 해석과 시민참여형 콘텐츠 기획

메모리빌드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시한 전략은
‘자재에 스토리를 입히는 해석력’과 ‘시민 참여 기반의 콘텐츠 기획’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단순한 해체 자재 수거가 아닌
자재의 위치, 기능, 시대성, 사용 흔적 등을 시각적 콘텐츠로 구조화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해체 전에 건물 내부를 3D 스캔하고,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했으며,
해당 자재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스토리보드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민의 기억을 콘텐츠에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SNS, 지역 커뮤니티, 구청 민원창구 등을 통해
“이 시청 별관에서 근무했던 사람, 민원을 넣었던 시민, 결혼 신고를 했던 부부” 등
실제 공간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그들의 음성·사진·손글씨 등을 자재와 함께 전시함으로써
기계적 구조물이 아닌 ‘사람 중심의 도시 유산 콘텐츠’를 구성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회수한 자재 중 일부는
지역 아트센터, 복지관, 작은도서관 등에 재가공된 형태로 기부되어
“과거의 공간이 현재의 공공 공간에 연결되는 순환 구조”를 실현하였고,
이 과정은 단순한 순환을 넘어선 감성 기반의 공공 디자인 모델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건축·디자인·기록·교육이 결합된
다층적 문화 기획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의 자원순환 활동이 공공기관과 시민 사이에서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얻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산업적 가치와 확장 가능성 – 순환 자재는 이제 ‘문화 자산’으로 연결됩니다

자재의 순환을 단순히 기술적 재활용이나 소재 가공으로만 접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자재가 가진 사회적 기억, 공간의 의미, 사용자 경험이 함께 기록되고
재구성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메모리빌드의 사례는
기존의 순환건축 스타트업들이 잘 다루지 못했던
‘정서적 가치’와 ‘도시 문화 콘텐츠’의 영역까지 확장한 사례이며,
건축 해체 자재가 가지는 감성과 도시 정체성을 드러낸 매우 실험적인 성공모델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모델은 앞으로

-도시재생 거점에서 해체되는 공공건축물

-교육기관, 병원, 시청사, 우체국 등
-다양한 공공 인프라에서 확산될 수 있으며,
단순 자재 재활용에서 벗어나 ‘도시 자산의 문화기획화’라는 새로운 장르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재에 스토리를 입히는 구조는
관람형 콘텐츠뿐 아니라

공공 미디어 전시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전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건축 유산 시민참여형 아카이브 구축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업성과 공공성과 교육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전략적인 모델입니다.

결론적으로, 메모리빌드와 같은 문화 기반 자원순환 스타트업은
앞으로 건축·도시계획·문화기획·교육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새로운 순환경제형 콘텐츠 산업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선도적 주체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