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빈틈을 채우는 울타리, 이제는 디자인과 순환의 공간입니다
도시를 걸어가다 보면 공사 현장에서 마주치는 울타리는
대개 철판이나 합판으로 임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 구조물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도심 한가운데를 차지하며
시민들의 시선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즉, 공사장 울타리는 단순한 경계 역할을 넘어서
도시 환경의 일시적인 얼굴이자, 정보와 메시지를 담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최근 이러한 울타리에 순환건축의 철학을 입힌 디자인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처럼 새 자재를 구매해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 현장에서 발생한 폐자재를 수거하고 가공해 공사장 가설 울타리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도시 공간의 낭비를 줄이고, 탄소배출을 절감하며,
시민들에게 순환경제와 친환경 건축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방식을 실현한
서울 소재 스타트업 ‘루프디자인(Loop Design)’의 공사장 울타리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폐자재를 어떻게 수거하고 디자인 요소로 전환했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도시적, 환경적, 공공적 효과를 얻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타트업 ‘루프디자인’의 종로 공사장 친환경 울타리 프로젝트
202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대에서는
한 구청 청사 부지 재건축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공사 현장은 약 1년 6개월 동안 가설 울타리를 설치해야 했는데,
종로구청과 시공사는 기존의 평범한 철판 울타리가 아닌,
시민과 지역의 스토리를 담은 친환경 디자인 울타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프로젝트를 담당한 스타트업이 바로 **‘루프디자인’**입니다.
루프디자인은 서울 내 해체 현장에서 수거한 폐목재, 철재 프레임, 유리조각, 간판 프레임 등을
가설 울타리 외장재 및 장식 패널로 재가공해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인사동 일대의 기존 철거된 상가 건물에서 회수한 목재 간판 프레임을
울타리 외장 디자인에 그대로 활용하여,
“지역의 흔적이 새로운 울타리로 이어진다”는 콘셉트를 구현했습니다.
울타리는 단순히 외관만을 꾸민 것이 아니라
일부 구간은 열람형 패널, 투시형 틈새 창, 시민 메시지 부착판으로 구성되어
시민들이 직접 메시지를 남기거나
공사 현장과 지역 역사에 대한 정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참여형 가설 구조물로 발전하였습니다.
총 울타리 연장 약 95m 중
재사용된 폐자재 구성비는 약 52%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새 자재 구매 대비 약 1.8톤의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록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는 2024년 서울시 도시디자인 공모전에서
‘도시순환 디자인 우수 사례’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폐자재 수거부터 시민 참여까지 통합한 디자인 프로세스
루프디자인이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폐자재의 수거-보관-가공-설계-설치까지 전 과정을 통합한 운영 전략이 있었습니다.
첫째, 루프디자인은 공사장 울타리 자재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
서울시 도시재생센터와 협약을 통해
동작구의 해체된 상가, 강서구의 폐기물 임시 창고 등에서
사전 협의된 자재만을 회수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자재의 안정성과 디자인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자재 수거 비용과 운송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둘째, 디자인 과정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디자이너, 건축학과 대학생, 주민협의체와 함께
울타리 디자인을 공동 기획하였으며,
시민의견 워크숍을 거쳐 실제로 반영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울타리가 단순한 차단물이 아니라
도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적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셋째, 설치 후 유지보수까지 고려된 전략도 눈에 띕니다.
폐자재 특성상 내구성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루프디자인은 교체 가능한 모듈형 판넬 구조를 개발했고,
일정 주기마다 상태 점검 및 교체가 가능하도록
QR 기반 자재 관리 시스템도 구축하였습니다.
이러한 운영 전략은 울타리를 단순 임시 구조물이 아닌
순환자재 기반의 공공디자인 플랫폼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확장 가능성과 산업적 가치 – 울타리, 도시 순환디자인의 출발점이 됩니다
공사장 가설 울타리는 도시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가장 보편적이고 반복적인 임시 구조물입니다.
그만큼 자재 사용량도 많고 설치 면적도 넓기 때문에,
이 영역에서 순환자재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도시 자원순환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루프디자인의 사례는
순환건축 자재를 단순히 건축물로 재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디자인, 지역문화, 시민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함께 결합시킨 대표적 사례로 평가됩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 발주 기관의 ESG 목표 충족
도시미관 개선
지역경제와 디자인 인력 참여
자재 재사용을 통한 탄소 감축 효과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정책 친화적이며 민간 적용 가능성도 높은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순환형 울타리 디자인은
도시재생 지역
학교 및 공공건축 공사
복합단지 신축 현장
등 다양한 곳에 적용 가능하며,
자재 재사용률과 시민참여 콘텐츠를 연계한 구조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울타리는 도시의 임시 공간이지만
순환건축 스타트업에게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자재 실험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도시 전반의 친환경 인프라 구현을 위한 작지만 강력한 실천 모델로 확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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