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 이제 ‘순환 구조’를 갖춰야 할 시기입니다
건축 산업은 오랫동안 고정형 자산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선형 구조의 대표적인 산업이었습니다.
즉, 건물을 짓고(자원 투입), 사용하고, 철거 후 폐기하는
단방향 흐름이 자연스럽게 여겨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이러한 구조는
기후변화, 자원 고갈,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건축 분야에서도 ‘자원순환형’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건축 폐기물 재활용 수준을 넘어
설계부터 해체까지 전 생애주기에서 자원의 흐름을 제어하고 순환시키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최근 국내외에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스타트업 중심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원순환형 건축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건축 해체 자재의 추적 및 재사용 기술,
2. 모듈화 및 분리형 설계 기반의 건축 시스템,
3. 디지털 기반의 자재 순환 관리 플랫폼 등입니다.
각각의 기술은 건축 산업 내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며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 방향에서
국내에서 활동 중인 대표적인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비교 분석하여,
자원순환형 건축의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과 산업 적용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건축 해체 자재 추적 기술 – 자재에 생애주기를 부여하는 방법
자원순환형 건축의 출발점은 ‘해체 후 자재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를 위해선 철거 시 발생하는 자재의 상태, 성분, 위치, 사용 이력 등을
정확히 추적하고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국내 대표 스타트업은 ‘컨스트리코드(Constricode)’입니다.
컨스트리코드는 건축물 해체 전 자재 이력 디지털화를 목적으로
‘디지털 자재 여권(Material Passport)’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솔루션은 건축물이 설계될 때부터 각 부자재에 QR코드를 부여하고,
해체 후에도 해당 자재의 출처, 제조사, 사용 연한, 구조 특성 등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저장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폐건물에서 철거된 유리창은
단순 유리창이 아닌 “2020년 LG유리, 복층단열, 2.1m×1.5m, 응결 이력 없음”이라는
정확한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로 존재하게 되며,
이 정보는 새로운 건축물에서 재사용 결정의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또한, 컨스트리코드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자재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여
데이터 위변조 위험을 줄이고,
공공 조달 시 필요한 자재 인증 기준과 연계되도록 설계 중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국토부 건축 해체 표준 매뉴얼, 환경부 탄소배출 저감 플랫폼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으며,
ESG 중심의 공공기관 건축 발주 시 신뢰도 높은 기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모듈형 순환 건축 기술 – 조립하고, 해체하고, 다시 쓰는 구조
건축에서 자재를 추적하는 것만큼 중요한 기술은
애초에 자재가 재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입니다.
자원순환형 건축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번째 기술 흐름은 바로
모듈화 및 분리형 구조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중 하나는 ‘모듈아크(Modularc)’입니다.
모듈아크는 전통적인 조립식 건축을 넘어서
모든 부재가 탈부착 가능하고, 공구 없이도 해체 가능한 구조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시공 방식은 접착제, 시멘트, 용접 등 영구 결합 방식이 주를 이루어
해체 시 대부분 자재가 손상되지만,
모듈아크는 클립, 슬롯, 나사형 결합 시스템을 통해
해체 시 자재 손실률을 5%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의 기술은 이미
서울 성북구의 한 ‘제로웨이스트 팝업 공간’ 프로젝트에 시범 적용되었으며,
건축 완료 후 3개월 뒤 해체하여 그대로 다른 지역에 재설치하는 테스트에도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존 건축 구조에 비해
이동성과 재사용률이 현저히 높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모듈아크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연동 설계 기능을 통해
각 모듈이 해체 후 어떤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시공 단계에서도 자동화 기반 모듈 배치 도면을 제공하여
현장 시공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임시 건축물, 전시 공간, 재난 대응 모듈 주택, 공공시설 리모델링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으며,
자원순환형 건축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원순환 플랫폼 기술 – 도시 단위 순환 생태계를 설계하는 구조
자원을 추적하고, 모듈로 시공하는 기술이 있다면
그 자원을 도시 단위에서 연결하고 운영하는 기술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자원순환형 건축의 실질적인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 자재 순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서큘레이션허브(CirculationHub)’입니다.
서큘레이션허브는
건축 자재가 해체→보관→분류→재사용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운영하는 SaaS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폐건축자재가 발생하면
-자재 상태 자동 분류
-이력 정보 등록
-인근 재사용 가능 프로젝트에 매칭
-운송 및 재활용 업체 연결
-탄소감축 데이터 자동 생성
까지 모든 과정을 시스템상에서 자동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기업은 현재 서울시 도시재생사업단과 협력하여
‘순환 자재 공동 창고’ 시스템과 실시간 재고 관리 기능을 통합한 도시형 순환 설계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이를 통해 중소 건축사무소, 공공기관, 시공사들이
자재를 재구매하는 대신 플랫폼에서 남는 자재를 검색하고 요청하는 구조를 제공합니다.
서큘레이션허브는
이러한 순환 흐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ESG 보고서 자동 작성 도구, 탄소감축 효과 시각화 대시보드, 정책 리포트 자동화 기능까지 개발 중이며,
이는 향후 국내 지자체 순환경제 플랫폼의 기준 모델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자원순환형 건축을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와 시스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새로운 시도로,
건축 자재를 ‘재고’가 아닌 ‘도시 자산’으로 관리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습니다.
'건축폐기물리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건물 리모델링, 왜 이렇게 복잡할까요? – 행정절차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 분석 (0) | 2025.07.04 |
---|---|
건축 폐기물에서 예술이 태어나다 – 건축가들이 만든 순환 창작 프로젝트 사례 분석 (1) | 2025.07.04 |
제로웨이스트 건축, 현실이 되다 –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국내 스타트업 사례 분석 (0) | 2025.07.03 |
건축 쓰레기를 줄이는 국내 스타트업의 친환경 아이디어 (0) | 2025.07.03 |
ESG 경영 시대, 폐건축자재 재활용 모델이 지속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0) | 2025.07.03 |